자신의 블로그가 단편영화에 나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으신가요?
여러해 동안 블로그를 운영해오며 잡지나 신문 등의 매체에 블로그가 소개된 적이 있긴 합니다만 영화에 제 블로그가 나올 줄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제 블로그가 영화에 나왔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라이프 대구'라는 블로그가 아니라 포스팅으로 쓰였던 짤막한 영상이 단편영화 제작에 사용된 것이기는 합니다만 엔딩 크레딧에 선명하게 '라이프 대구'라고 나오니 블로그가 단편영화에 나온다고 말씀드려도 크게 과장된 것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
지난 1월초, 방명록에 비밀댓글로 영상교육원에서 졸업작품을 만들고 있는 학생이라며 제작 중인 영상에 벚꽃길이 나오는 장면이 필요한데, 제가 포스팅한
대구 용연사 벚꽃길 동영상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글이 남겨졌습니다. 시나리오 상으로는 벚꽃길 장면이 들어가야 하는데, 한겨울이다보니 촬영할 수도 없고 관련 영상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제 블로그를 발견하고는 댓글을 남긴 듯 보였습니다.
용연사 벚꽃길은 대구에서 유명한 명소 중 하나인터라 지난해 봄에 포스팅을 했었는데, 제작자께서 마음에 드셨는지 영상을 사용하고자 요청을 한 것입니다.
대구 소식을 전하는 블로그, '라이프 대구'를 여러해 동안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대구와 경북지역의 볼거리, 즐길거리를 소개하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특별히 영상으로 소개하는 것에는 단순히 대구와 경북 지역를 영상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 되지 않나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이렇게 기록한 영상을 누군가가 비상업적인 용도로 필요로 한다면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렇게 영상을 요청하는 댓글을 보게되니 제가 촬영한 영상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동안의 노력이 헛된 게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에 오히려 제가 더 기뻤습니다.
직접 촬영한 영상을 사용하는 포스팅을 자주 하는 블로거라면 아실테지만, 일반적으로 텍스트나 이미지를 사용해 포스팅하는 것보다 영상을 삽입하는 포스팅은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해두고자하는 욕심은 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나름대로는 힘들게 촬영해 포스팅한 영상을 필요로 한다니 기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스팅에 사용한 영상은 유튜브에 올려진 것이라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에 촬영 원본을 찾아 불필요한 장면은 삭제한 후 1G가 조금 넘는 영상파일을 보내드렸습니다. 참고로, '라이프 대구' 블로그 포스팅에 사용한 대부분의 영상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www.youtube.com/jinyoun)
그리고, 두달이 지나 무사히 졸업작품 시사회를 마쳤다는 감사의 말과 함께 제작한 작품이 올려진 블로그 주소(http://castorr.tistory.com/10)를 메일로 보내왔습니다. 그렇지않아도 궁금하던 차였는데, 메일을 보니 반가운 마음에 바로 알려 준 블로그로 가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취중진담'이라는 제목의 8분이 조금 넘는 단편영화였습니다. 그 중 벚꽃길 영상은 3분여부터 20초간 사용되었는데, 정말이지 뿌듯했습니다.
1. 제목 : 취중진담
2. 러닝 타임 : 8분
3. 스태프 : 장혜미, 성민철, 김명호, 문민지, 박지현, 심민희
4. 주제 : 위로하려는 자 위로받는 자 보다 불행해야 완벽한 위로를 할 수 있다.
5. 기획의도
때로는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 때가 있다. 그 때마다 우린 온 맘을 다해 위로해 보려하지만 결국 한계를 느끼고 만다. 그건 위로받으려는 자의 마음 때문이 아니라 위로하려는 우리들 자신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이 사람 보다는 행복하구나 하는 안도감, 그의 넋두리에 나도 모르게 지루해 하는... 그 모든 것이 처음 시작과 달라지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된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것... 과연 가능한 일일까?
게다가 엔딩 크레딧에서 '라이프 대구'라 적힌 것을 확인하는 순간 제가 기록삼아, 블로그에 포스팅하기위해 촬영한 영상이 이렇게 단편영화 제작에 도움이 되었다니 색다른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단편영화 '취중진담'은 8분이면 짧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제작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길게 느껴질만한 시간인데다 더욱이 극영화는 처음 제작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의 표정없이 대사와 몸짓으로만 감정을 전달하는 등 색다른 형식의 실험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퍼블릭 액세스용으로 몇 편의 짤막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경험이 있기에 색다른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부담이 크고,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걸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노력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작품을 감상한 후, 색다른 주제와 형식의 작품인데다, 제가 촬영한 영상이 사용되었기에 제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싶다는 요청을 드렸습니다. 제작자께서는 첫작품이다보니 오류도 많고, 웹에 올리니 원본의 느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데다 벚꽃 장면에는 좀 더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위해 효과를 적용했는데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시며 주저하셨지만, 다른 분들은 자신이 제작한 단편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는지 궁금하기도 하다며 공개를 허락해주셨습니다.
보잘 것 없는 제 영상을 이렇게 멋진 단편영화에 사용해주신 감독님게 감사드리며, 이렇게 자신의 첫 단편영화를 공개하는데 허락해주신 김지선 감독님을 위해 댓글로 감상평을 남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또 감상평을 남겨주셨으면하는 바람으로 감상평과 함께 트위터 ID를 남겨주신 3분을 추첨해 4100원 상당의 스타벅스 카페라떼를 쏘겠습니다. 참고로, 제 트위터(http://twitter.com/LifeDaegu)를 팔로우해주셔야 선물을 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작년 한해 참 많은 영상을 촬영했는데, 편집해서 포스팅하는 게 너무 귀찮아 미뤄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포스팅한 영상이 이렇게 단편영화로 재탄생한 것을 보니 혹시나 제가 촬영한 영상을 필요로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대구와 경북을 영상으로 기록해 소개한다는 첫 다짐이 떠오르며 다시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