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띠, 제거해주세요

제목만 보시면 태안 기름 유출사건에 관한 글이려니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태안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글입니다. 아니, 어쩌면 '무관심'과 '관리 소홀'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일정 부분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네요.

다름이 아니라, 지난 전기를 만드는 화장실 보셨나요? 글에서 소개해드린 바 있는 대구 봉무레포츠공원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단산못이 기름띠로 인한 오염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심에서 팔공산을 가는 길에 위치한 대구 봉무레포츠공원은 가운데 단산못을 따라 4km정도의 산책로와 테니스, 수상스키 등 각종 레포츠시설이 들어서있는 보기드문 레포츠공원입니다.

그로인해 인근에 살고 계신 주민들이 산책, 족구, 테니스 등을 즐기러 자주 찾는 곳이죠. 제가 찾아 갔을 때는 아직은 쌀쌀함이 느껴지는데다 비가 올 듯 잔득 흐린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분들이 공원을 찾고 계시더군요.

원래는 다른 용무로 들렸다 여의치않아 운동삼아 단산못 주변에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한참을 걷다 단산못을 내려다보니 물색깔이 조금 이상한 겁니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글쎄 기름띠가 가득 끼어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대체 어디에서 흘러온 기름인지 궁금해 주변을 둘러보니 기름띠가 낀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나비 사육장이 위치해 있더군요. 혹시, 나비사육장에서 흘러나온 난방유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자세히 살펴봤는데, 기름 유출 흔적도 없고 나비사육장에서 흘러나왔다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무리이다 싶더군요.

혹시 다른 곳에도 기름띠가 끼어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계속 산책로를 따라 걸어봤습니다. 예상대로 조금 더 가다보니 기름띠가 끼어있는 곳이 몇 군데 더있더군요. 그런데, 기름띠가 있는 곳이 모두 움푹들어간 곳, 그러니까 단산못의 모서리 부분이더란 말이죠. 짐작하건데, 어딘가에서 유출된 기름이 물결따라 흘러와 모서리 부분에 쌓이게 된 것 같더란 말이죠.

그래서, 기름이 유출되었을 만한 곳이 어디있나 주변을 살펴보다보니 단산못 가운데 수상레포츠를 즐기기위해 마련된 선착장이 눈에 띄더군요. 단산못 주변에 있는 공원 건물들의 경우, 바로 앞에 산책로가 가로막고 있어 기름이 유출되었다고 보기에는 힘든 것 같고, 어디선가 기름이 유출되었다면 관리 소홀로 인해 선착장이나 모터 보트 등 수상레포츠 장비에서 조금씩 흘러나온 것이 물결따라 모서리 부근에 점차 쌓여 지금과 같이 눈에 띌 정도로 가득 쌓이게 된 것 같더란 말이죠.

단산못 주변에 쌓인 기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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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할 수는 없지만, 제 생각에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수상레포츠 장비에서 유출된 기름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는데, 레포츠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세심한 신경을 기울여 기름이 흘러나오는 것을 방지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미 흘러나와 단산못 주변에 쌓인 기름띠는 관리사무소에서 하루 빨리 제거해 주었으면 합니다.

휴식을 위해 아니면 건강을 위해 단산못을 방문했던 시민들이 단산못에 쌓인 기름띠를 보게 된다면 얼마나 불쾌하게 생각하시겠습니까. 게다가, 단산못에는 어린 물오리를 비롯해 언듯봐도 10여마리는 넘어보일 정도로 꽤 많은 새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몇가지 더 지적하자면 기름띠 이외에도 단산못 주변에 각종 수상레포츠 장비나 쓰레기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시민들이 즐겨찾는 곳인 만큼 좀 더 세심하게 관리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단산못에 방치된 수상레포츠장비와 쓰레기

조만간 다시 봉무레포츠공원을 방문할 예정인데, 그때는 깨끗하게 치워져 있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