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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자가 많은 진짜 이유: 대구 부자는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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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0년 넘게 전국에서 가장 낮습니다. 같은 도시에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굴리는 개인이 2만 명 넘게 삽니다.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숫자입니다. 어긋나 보이는 두 문장이 대구 부자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GRDP 꼴찌와 부자 4위는 모순이 아냐

국가데이터처가 낸 2024년 지역소득 잠정치에서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3,137만 원이었습니다. 전국 평균의 63% 수준입니다. 1990년대 이후 줄곧 17개 시도 가운데 맨 아래를 지켜 왔습니다. 건설업 생산이 21.4% 줄어든 해라 낙폭이 유독 컸습니다.

 

지표 대구 수치 전국 위치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부자 수 2만 800명 4위
1년간 증가 인원 1,500명 3위(경기·경남 다음)
부(富) 집중도 지수 0.86 상위권
1인당 지역내총생산 3,137만 원 17위
자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5 한국 부자 보고서』, 국가데이터처 「2024년 지역소득(잠정)」, 2024년 말 기준

 

2024년 말 기준으로 대구는 부자 수 4위와 1인당 생산액 17위를 동시에 기록했습니다.

 

생산 지표는 공장과 현장에서 나옵니다. 축적 지표는 통장과 등기부에서 나옵니다. 대기업 본사가 없고 고부가가치 제조업이 얇은 도시라도, 앞 세대가 쌓아 둔 자산은 그 자리에 남습니다. 지역 경기가 나빠져도 자산가 수가 줄지 않는 배경이 여기에 있는 셈입니다.

경상감영 400년이 남긴 축적 구조

1601년 경상감영이 대구로 옮겨 왔습니다. 행정과 군사 기능이 한곳에 모이자 물산도 따라 모였습니다. 한양과 영남을 잇는 영남대로가 도시를 관통했고, 낙동강 뱃길이 내륙과 해안을 이었습니다. 서문시장이 조선 3대 시장으로 자란 것도 이 흐름 위에서였습니다.

 

대구가 만든 것은 생산 기지라기보다 결절점이었습니다. 관청과 거래하는 거상이 나왔고, 물건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수수료와 신용이 쌓였습니다. 1938년 3월 이병철이 대구 수동, 지금의 인교동에서 삼성상회를 열어 청과와 건어물을 중국·만주로 내보낸 것도 같은 구조가 뒷받침한 선택이었습니다. 해방 뒤에는 섬유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습니다.

 

섬유 경기가 꺾인 뒤 이 자본이 사라졌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자동차 부품과 정밀 기계로 업종을 바꾼 중소기업가가 남았고, 높은 교육열을 타고 의료와 법조로 간 세대가 뒤를 이었습니다. 도시의 주력 산업은 여러 번 바뀌었어도 자본의 주인은 대체로 그대로였습니다.

 

대구시
대구시

대구 부자의 돈은 부동산을 떠나는 중

쌓인 자본을 불린 수단은 오랫동안 부동산이었습니다. 부촌의 좌표도 그에 맞춰 움직였습니다. 경상감영 언저리와 중구·남구의 주택가에서 1980년대 봉덕동·대명동 고급 주택단지로, 2000년대 이후에는 수성구 범어동과 만촌동의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갔습니다. 달구벌대로와 도시철도 2호선을 따라 신흥 부촌 벨트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자료는 다른 쪽을 가리킵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년 보고서에서 부자의 자산 구성은 부동산 비중이 줄고 금융자산과 대체투자가 늘었으며, 주식 선호도 뚜렷해졌습니다. 전국 부자를 조사한 하나금융연구소의 2026년 리포트에서는 부동산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그 반대의 1.8배였습니다. 대구 부자를 설명해 온 부동산 중심 공식은 현재형보다 과거형에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수성구와 달서구는 다른 부자

대구의 자산가를 한 덩어리로 묶으면 놓치는 것이 생깁니다. 결이 갈립니다. 2025년 보고서는 수성구에 자산 보유형 부자가 몰려 있고, 달서구에 고소득 인구가 가장 많다고 짚었습니다. 물려받은 것과 쌓아 둔 것으로 올라온 쪽, 지금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올라오는 쪽이 서로 다른 동네에 삽니다.

 

부 집중도 지수 0.86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부자 수에 견줘 금융자산이 두껍게 쌓여 있다는 뜻입니다. 새로 진입하는 사람보다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의 자산이 커지는 국면인 셈입니다. 지역 세무업계에서 상속·증여 사전 설계와 법인 활용이 주요 상담 항목으로 올라온 흐름도 이 국면과 맞물립니다.

수입차는 부의 지표일까

부를 체감하는 잣대로 자주 불려 나오는 것이 수입차입니다. 2022년 12월 기준 대구의 수입 승용차 비중은 18.7%로 전국 평균 14.6%를 웃돌았습니다. 그런데 구별로 보면 순서가 뒤집힙니다. 가장 높은 곳은 중구로 44.6%였고, 수성구는 31%였습니다. 사업자가 몰린 도심에서 법인 명의 차량이 함께 잡히면 비율은 그만큼 올라갑니다. 사는 사람의 부와 등록된 차의 주소가 늘 같지는 않습니다.

 

같은 잣대를 기부 통계에도 대야 합니다.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대구 회원은 250명대에 이르렀고, 사랑의열매는 300호 시대를 준비한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에는 국채보상운동을 이끈 서상돈이 특별회원으로 추대됐습니다. 1907년 대구에서 불붙은 그 운동과 오늘의 고액 기부를 잇는 서사는 매끄럽습니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이 도시의 부는 지금 만들어지는 중일까요, 이미 만들어진 것을 지키는 중일까요. 생산 지표는 계속 내려가고 축적 지표는 자리를 지킵니다. 두 선이 언제까지 나란히 갈지는 다음 세대가 어디서 종잣돈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는 대구 부자는 어느 쪽에 가깝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