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멤버가 없는 그룹이 한국 음악방송에 오릅니다. 한국 기획사가 만들지 않은 노래가 K팝 차트 1위로 집계됩니다. 경계가 흐려졌습니다. K팝 정의를 두고 오래 이어져 온 논쟁은 이제 취향 문제를 넘어 차트 집계와 시상식 후보 선정에 걸린 실무 문제가 됐는데, 정작 어디에도 기준이 문서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논쟁의 재료는 지난 몇 해 사이 충분히 쌓였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니쥬(NiziU), SM엔터테인먼트의 웨이션브이(WayV), 하이브의 캣츠아이(KATSEYE)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선을 그었고, 여기에 2026년 국내 진입을 시작한 A2O 엔터테인먼트(A2O Entertainment)의 A2O MAY가 더해졌습니다.
첫 번째 기준은 제작 시스템입니다. 연습생 선발과 트레이닝, 데뷔 전 서사 공개, 인하우스 프로듀서 중심의 사운드 관리, 안무와 비주얼을 묶어 내보내는 패키징을 K팝의 실체로 보는 관점이며, 이 잣대를 대면 제작 주체가 한국 기획사인 한 멤버 구성과 무관하게 K팝에 들어갑니다.
두 번째는 멤버 국적과 언어입니다. 한국어 가사와 한국 대중문화 맥락에 연결된 팬덤을 K팝의 자산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기준이 엄격합니다. 영어나 중국어로만 노래하고 한국인 멤버가 없는 팀은 이 잣대에서 곧바로 탈락합니다.
세 번째는 시장과 유통입니다. 한국 음반 유통망을 거쳤는지, 국내 차트와 음악방송에 집계되는지를 보는 실무적 기준인데, 앞의 두 기준이 논쟁으로 남는 동안 실제 분류를 수행해 온 쪽은 이 세 번째였습니다. 세 기준은 자주 어긋납니다.

세 그룹은 모두 한국 기획사가 해외에서 만든 팀입니다. 그런데 한국 시장과 맺은 관계는 제각각이어서, K팝 범주 안에 자리를 잡은 경로도 서로 달랐습니다.
| 그룹 | 제작 주체 | 멤버 구성 | 한국 진입 |
|---|---|---|---|
| 웨이션브이 |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 레이블 브이 매니지먼트 | 중화권 멤버 중심 | 2019년 데뷔부터 NCT 체계에 편입 |
| 니쥬 | JYP엔터테인먼트·소니 뮤직 합작 | 전원 일본인 | 2023년 10월 한국어 음반 발매 |
| 캣츠아이 | 하이브·게펜 레코드(Geffen Records) 합작 | 한국인 1명 포함 다국적 6명 | 2024년 데뷔 시점부터 국내 활동 병행 |
| A2O MAY | A2O 엔터테인먼트 | 중국인 3명·중국계 미국인 2명 | 2026년 7월 국내 음악방송 첫 출연 |
| 자료: 각사 발표 및 국내 언론 보도 종합, 2026년 8월 기준 | |||
네 그룹 가운데 한국인 멤버가 한 명도 없는 상태로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사례는 A2O MAY가 유일합니다.
웨이션브이는 한한령으로 한국 아이돌의 중국 활동이 막힌 국면에서 중화권을 맡았습니다. 우산이 있었습니다. NCT라는 한국 IP 체계에 유닛으로 묶여 있었으므로 멤버 전원이 중화권 국적이어도 소속을 따질 필요가 없었고, 국내 팬덤에서도 NCT의 일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니쥬는 시차를 두고 들어왔습니다. 2020년 12월 일본에서 데뷔한 뒤 한국어 음반을 낸 시점은 2023년 10월이었습니다. 3년 가까운 간격입니다. 캣츠아이는 순서가 달라서, 2024년 8월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데뷔하면서 한국 음악방송과 예능 출연을 함께 시작했고 한국인 멤버도 한 명 포함돼 있었습니다.
세 그룹의 공통점을 뽑으면 국적도 언어도 남지 않습니다. 남는 것은 하나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한국 시장과 연결 고리를 확보했다는 조건인데, 웨이션브이는 IP로, 니쥬는 한국어 음반으로, 캣츠아이는 멤버 구성과 동시 활동으로 그 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순서까지 보면 차이가 더 선명해집니다. 니쥬는 일본에서 성과를 낸 뒤 한국으로 들어왔고, 캣츠아이는 처음부터 양쪽에 발을 걸쳤습니다. K팝이냐 아니냐를 실제로 가른 것은 정의가 아니라 이 진입 방식이었습니다.
이 조건은 규정이 아닙니다. 업계가 반복해 온 관행일 뿐입니다. 그래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팀을 배제할 근거도, 충족한 팀을 포함할 근거도 문서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판단은 매번 개별 사례에서 새로 이뤄집니다.
2025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는 이 관행을 정면으로 흔들었습니다. 'Golden'은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고 OST 앨범은 빌보드 200 정상을 밟았으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4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요건은 거의 없었습니다. 극중 그룹은 설정상의 아이돌이고, 음반은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미국 리퍼블릭 레코드에서 나왔으며, 한국 기획사의 관여는 부분에 그쳤습니다. 그런데도 영국 오피셜 차트는 이 곡을 강남스타일 이후 13년 만의 K팝 1위로 표기했습니다.
분류 권한이 흩어져 있다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해외 차트 기관은 K팝으로 집계했고, 국내에서는 같은 곡을 두고 판정이 갈렸습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는 글로벌 K팝 차트를 두고 있으나 무엇을 K팝으로 집계하는지에 대한 정의 규정은 확인되지 않으며, 국내 음악방송의 순위 산정 기준을 공개한 자료도 찾기 어렵습니다.
요건을 가장 적게 갖춘 사례가 가장 큰 성과를 냈습니다. 한국 기획사와 한국인 멤버라는 조건이 K팝의 필요조건이라면 이 결과는 설명되지 않는데, 그렇다고 조건을 지운다면 앞선 세 그룹을 구분해 온 근거도 함께 사라집니다.
A2O MAY의 조건을 앞의 기준에 넣어 보면 결과가 엇갈립니다. 제작 시스템으로는 K팝입니다. 프리데뷔팀 운영과 유닛 체계, 인하우스 프로듀서 중심 구조는 이수만이 SM에서 정립한 방식을 옮겨 놓은 것이어서 첫 번째 기준을 무리 없이 통과합니다. (관련글:
K 뗀다던 이수만, 한국서 마지막 승부수?!···A2O MAY 한국 데뷔)
두 번째 기준에서는 걸립니다. 한국어 가사도, 한국인 멤버도 없습니다. 세 번째 기준은 이제 막 열리는 중이어서, 2026년 8월 국내 음악방송 출연이 확정되고 하반기 국내 데뷔팀 공개가 예고된 지금이 그 판정이 내려지는 구간에 해당합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A2O만 스스로 K를 뗐다고 선언했다는 사실입니다. 니쥬도 캣츠아이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정작 K팝 시스템을 설계한 제작자가 만든 팀이 범주를 스스로 밀어낸 유일한 사례입니다.
하반기에 한국인 멤버가 포함된 A2O 그룹이 나오면 세 기준이 한 번 더 부딪칩니다. 그때 이 팀을 K팝으로 부를지 말지는 앞선 사례들이 남긴 관행을 따라 정해질 텐데, 관행은 문서가 아니라서 언제든 다시 그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K팝 정의는 누가, 무엇을 근거로 정하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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