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빗장을 풀면 낡은 공장 지대가 첨단 거점으로 바뀔 것 같지만, 아직 정해지지 않은 항목이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구시는 2026년 7월 23일 제3산단 지식산업센터에서 제2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성서1~3차·서대구·제3·검단·달성1~2차 등 8개 노후 산단의 입주 업종 규제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습니다. 시행은 2027년 1월입니다.
이 8곳에는 환경유해 업종 등 일부를 뺀 모든 제조업이 들어올 수 있고, 이미 제조업을 하는 기업에는 ICT·지식서비스업까지 문이 추가로 열립니다. 대구 전체 산단 입주기업 1만여 곳의 약 90%가 여기에 몰려 있어 적용 범위는 좁지 않은 편입니다. 다만 대구 산단 규제 완화의 실제 폭은 하반기 연구용역이 만들 제외 업종 목록에서 갈립니다.
네거티브 방식은 들어올 수 없는 업종만 지정하고 나머지를 열어 두는 관리 방법입니다. 검단산단을 예로 들면 지금은 제조업 271개 업종만 입주할 수 있지만 개편 뒤에는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을 포함해 최대 569개 업종까지 들어올 수 있습니다. 두 배가 넘습니다.
| 대상 | 현행 | 개편 후 | 확정 여부 |
|---|---|---|---|
| 성서1~3차·서대구·제3·검단·달성1~2차(8곳) | 지정 업종만 입주 | 환경유해 등 제외한 모든 제조업, 기존 제조기업은 ICT·지식서비스업 추가 | 하반기 용역으로 제외 업종 확정 |
| 염색산단 | 염색가공업 한정 | 미래신산업·ICT·지식서비스 등 친환경 첨단 업종 | 간담회 거쳐 조정 |
| 수성알파시티(제2수성알파시티 포함) | 지식기반산업 한정 | 도시형 공장 요건을 갖춘 첨단 제조 | 산업통상부 협의 필요 |
| 인쇄출판밸리·이시아폴리스 | 특정 산업군 중심 | ICT·지식서비스업 및 연관 업종 | 기존 업종과의 시너지 검토 |
| 용도지역 | 현행 유지 | 변경 없음 | 확정 |
| 자료: 대구시 제2차 비상경제대책회의 발표 내용, 2026년 7월 | |||
8개 노후 산단은 제외 업종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지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용도지역은 이번 개편에서 빠졌습니다.
대구시는 오폐수 처리처럼 대규모 기반시설이 필요한 업종과 악취처럼 주민 수용성을 따져야 하는 업종의 기준을 하반기 연구용역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목록은 아직 없습니다. 이 제외 목록이 길어질수록 569개라는 숫자는 실제 입주 가능 범위보다 서류상의 상한에 가까워지므로, 개편의 폭은 발표문보다 용역 결과에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정부는 2021년 공장입지 규제 개선방안에서 산단별 네거티브존 제도를 이미 마련해 두었지만 지정 실적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놓았고, 광양국가산단이 그해 관리기본계획을 고쳐 네거티브존을 지정한 사례가 대표로 남아 있습니다. 제도는 오래됐습니다. 대구시가 이번에 바꾼 쪽은 도구의 종류보다 적용 범위입니다.

업종을 풀면 부동산 값이 뛴다는 걱정이 먼저 나옵니다. 대구시는 이번 완화에서 지가 상승과 투기 우려가 있는 용도지역 변경은 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는데, 산단을 지켜온 영세 뿌리기업이 오른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밀려나는 흐름을 미리 막겠다는 뜻입니다. 방어선은 세워진 셈입니다.
같은 장치가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합니다. 구로공단에서 출발한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는 업종 규제를 푼 데 더해 고밀도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설 수 있는 밀도 조건까지 함께 열리면서 기업 1만 3,000개 규모의 집적지로 커졌는데, 대구가 이번에 손대지 않은 영역이 바로 그 밀도 조건입니다. 용적률은 그대로입니다.
이번 개편은 산단에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를 넓히고, 얼마나 높이 지을 수 있는지는 그대로 두는 조합입니다. 투기는 막히고 공급도 함께 묶입니다.
규제는 8곳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8곳의 사정은 제각각입니다. 제3산단 매출은 2025년 1조 8,769억 원으로 전년 1조 3,951억 원보다 26% 늘었고, 2010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들어선 뒤 노후 기계부품 업종이 로봇 쪽으로 옮겨간 흐름이 배경으로 꼽힙니다. 반대쪽도 있습니다. 서대구산단 매출은 2조 3,934억 원으로 2년 연속 줄었고 검단산단도 3% 감소했습니다.
대구 산단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73.8%에서 70.06%로 내려간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개별 산단의 가동률은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매출과 증기 공급량, 폐수 유입량 같은 대체 지표로 읽어야 하는데, 이 조건은 정책 효과를 나중에 평가할 때도 그대로 남습니다. 기준선이 흐릿합니다.
회복 중인 산단과 계속 내려앉는 산단에 같은 처방을 내리면 결과도 갈립니다. 제3산단처럼 업종 전환이 이미 진행 중인 곳에서는 규제 완화가 속도를 붙이는 장치로 쓰이지만, 매출이 2년째 줄어든 곳에서는 문을 열어 둔 뒤 들어올 기업을 따로 찾아 나서야 합니다. 빗장을 여는 일과 기업을 데려오는 일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염색가공업으로 묶여 있던 염색산단의 입주 업종이 미래신산업과 ICT, 지식서비스업 같은 친환경 첨단 업종까지 열립니다. 대구시가 2032년을 목표로 군위 이전을 함께 추진하고 있어 잔류를 전제로 한 완화와 이전 계획이 같은 부지 위에서 겹치는 상황입니다. 남기면서 옮기는 구도입니다.
산단의 활력 지표는 몇 해째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증기 공급량은 130만 4,000여 톤으로 2015년 219만 1,000여 톤보다 40.5% 줄었고 공동폐수처리장 유입량도 10년 새 최대 51.7% 감소했으며, 매출은 5,462억 원에서 5,164억 원으로 6% 뒷걸음쳤습니다. 가동률을 절반 아래로 적은 자료도 돌아다니지만 공개 통계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염색산단관리공단이 2026년 1월 20일부터 3월 10일까지 입주기업 127개사와 주민 800명에게 물은 결과 입주기업 10곳 중 7곳이 업종 다변화를 원했고 주민의 77.5%도 다변화를 긍정적으로 봤지만, 주민 쪽에서는 이전 요구가 함께 나왔습니다.
먼저 겪은 사례들이 답을 조금 줍니다. 1890년대에 조성돼 세계 최초의 산업단지로 불린 트래퍼드 파크(Trafford Park)는 지금 1,300여 개 기업과 약 3만 5,000명이 일하는 곳으로 돌아왔는데, 그 사이 1987년부터 11년간 움직인 개발공사가 공공자금 2억 200만 파운드를 넣어 민간투자 17억 5,900만 파운드를 끌어들였습니다. 돈과 시간이 함께 들어갔습니다.
광양 사례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2021년 관리기본계획을 고쳐 네거티브존을 지정한 뒤 철강 중심의 입주 제한에 막혀 있던 소재 분야 투자가 길을 텄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구체적인 유치 금액은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규모까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대구시가 혼자 정할 수 없는 항목도 남아 있습니다. 수성알파시티의 첨단 제조 허용은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지위 때문에 산업통상부 협의를 거쳐야 하고, 인쇄출판밸리와 이시아폴리스처럼 특정 산업군을 키우려 만든 산단은 기존 업종과의 시너지를 따져 허용 범위를 정합니다.
기반시설도 변수로 남습니다. 일반 제조업 기준으로 깔린 전력·용수 관로 위에 데이터센터나 대형 연구시설이 들어오면 부하가 한쪽으로 쏠릴 수 있어서, 대구시도 오폐수 처리 수요가 큰 업종을 별도 기준으로 다루겠다고 밝혔습니다.
2027년 1월까지 남은 다섯 달 동안 확인할 지점은 한 곳으로 모입니다. 하반기 연구용역이 내놓을 제외 업종 목록이 얼마나 짧은지가 대구 산단 규제 완화의 실제 크기를 정하고, 용도지역과 밀도 조건을 그대로 둔 이번 설계에서 그 목록은 사실상 유일한 조절 장치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