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한복판의 대구백화점 본점은 2021년 7월 문을 닫은 뒤 5년째 비어 있습니다. 간판만 남았습니다. 그 건물을 소유한 회사의 주인이 8월 말 바뀌는데, 구정모 회장 등 7명이 보유한 지분 25.82%를 세경인베스트와 아람코리아가 사들이는 대구백화점 매각 계약이 7월 15일 체결됐기 때문입니다.
새 주인 측이 그림을 내놨습니다. 두 갈래입니다. 본점 자리에는 주상복합이나 시니어 레지던스, 오피스텔을 놓고 대봉동 프라자점은 임대형 복합문화공간으로 돌리겠다는 구상입니다.
매매대금은 보통주 279만 5,743주에 주당 8,000원, 모두 223억 6,594만 원입니다. 지분율로는 25.82%입니다. 대금은 계약금과 두 차례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치르기로 했고 7월 24일 1차 중도금까지 납부가 끝나, 지금까지 매도인 쪽으로 건너간 돈은 24억 원입니다. 7월 28일 기준으로 납부가 끝난 금액은 전체 매매대금의 약 10.7%입니다.
| 구분 | 금액 | 일정 | 상태 |
|---|---|---|---|
| 계약금 | 10억 원 | 2026년 7월 15일 | 납부 완료 |
| 1차 중도금 | 14억 원 | 2026년 7월 24일 | 납부 완료 |
| 2차 중도금 | 80억 원 | 2026년 8월 14일 | 예정 |
| 잔금 | 119억 6,594만 원 | 2026년 8월 25일 | 예정 |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 및 언론 보도 종합, 2026년 7월 기준 | |||
199억 원이 남았습니다. 2차 중도금 80억 원을 8월 14일에 내고 잔금 119억 6,594만 원을 25일까지 치르면 그날 거래가 종결되며, 다음 날 대백프라자에서 임시 주주총회가 열려 새 이사진 선임 안건이 오를 전망입니다.
매수인 측은 1차 중도금을 낸 날 보도자료를 내고 본점 활용 방향을 밝혔는데, 대구시·중구청과 함께하는 민관 합동개발을 검토하면서 주상복합이나 시니어 레지던스, 오피스텔 개발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방향은 주거입니다.
본점 건물은 연면적 8,156㎡에 지하 1층부터 지상 11층 규모입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2025년 3분기 동성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3.3%였고 대구 평균 17.4%를 크게 웃돌았는데, 이만한 면적을 상업시설로 다시 채우기 어렵다는 판단이 주거 쪽 선택의 배경으로 읽힙니다.
동성로에 주거를 올리겠다는 구상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도 아닙니다. 2022년 1월 대백은 본점 건물과 토지를 제이에이치비홀딩스에 2,125억 원을 받고 넘기기로 했다가 매수자가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지 못해 그해 11월 계약이 해지됐고, 당시 개발안에도 오피스텔이 들어 있었습니다.

대봉동 대백프라자는 지금도 영업하는 유일한 점포입니다. 매수인 측은 이곳을 복합문화공간 형태의 임대형 시설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는데, 상품을 직접 들여와 파는 백화점 방식에서 공간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옮기겠다는 뜻입니다.
오프라인 유통 부문을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나왔습니다. 기존 직원 고용은 승계하고 대백이라는 이름도 원칙적으로 유지하되 시민 공모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사내에서는 고용 안정을 걱정하는 기류가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임대형 전환은 백화점을 접는 신호로 읽히기 쉽습니다. 다만 인수 측 지주사 격인 세경홀딩스는 대백의 향토기업 성격과 오랜 업력을 보고 회사를 존속시키려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상이 실행에 닿으려면 먼저 풀 매듭이 있습니다. 대백의 부채총계는 2025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약 2,837억 원이고, 2026년 6월 26일에는 만기가 돌아온 장기차입금 891억 원을 1년 만기 단기차입금으로 대환하면서 금융기관 단기차입금이 1,391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이 차입금의 담보로 동성로 본점 부지와 신서동 토지가 잡혀 있습니다. 담보가 걸린 부동산은 팔거나 헐어 새로 짓기 전에 채권 정리가 먼저이므로, 민관 합동개발이든 주상복합이든 중구청 매각이든 어느 길을 골라도 891억 원 처리가 첫 관문으로 남습니다.
이번 매매대금이 그 부담을 덜어주지도 않습니다. 구주 거래여서 223억 6,594만 원은 주식을 판 구 회장 측에 지급되고 대백 법인 계좌로는 들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빚은 그대로입니다. 새 최대주주는 지분값과 별개로 2,800억 원대 부채를 안은 회사를 넘겨받는 셈이어서, 재무 개선이라는 말이 붙어도 그 부담은 인수 첫날부터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본점 건물을 놓고 움직이는 계획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구상은 매수인 쪽에서 나오지 않았고, 류규하 중구청장이 2026년 3월 복합청사 조성 방안을 꺼내면서 공론화된 뒤 6월 지방선거 공약으로도 제시된 노후 청사 이전안입니다.
중구청은 올해 안에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내년 본예산에 기초연구 용역비를 편성할 계획입니다. 아직 초기입니다. 행정업무시설에 상업·문화 공간을 붙인 복합청사를 목표로 공공과 민간이 비용을 나누는 방식을 유력하게 보고 있지만, 대백 측이 밝힌 본점 건물 매입가는 최소 1,000억 원 이상입니다.
두 그림은 같은 건물에 서로 다른 용도를 그립니다. 매수인 측은 주거와 오피스텔을 포함한 개발을 말하고, 중구청은 행정과 문화 기능이 들어간 복합청사를 말합니다.
8월 25일에 확정되는 것은 주주명부의 이름입니다. 나머지는 그날부터입니다. 본점을 어떻게 쓸지, 프라자점에 어떤 임차인이 들어올지, 중구청과 어디까지 합의할지는 전부 이후 협상의 몫이고 담보로 묶인 891억 원이 그 출발선에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