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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 3사의 '대구 대전': 경기 침체에도 유통 3사는 왜 대구로 몰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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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오랫동안 향토 백화점이 시장을 지킨 드문 도시였습니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이 전국 대형 유통업체를 상대로 오래 버텼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구 유통 시장은 전국구 유통 3사가 부딪치는 격전지로 바뀌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가 대구와 인접 경북에 대형 쇼핑몰과 프리미엄 아울렛을 잇달아 세우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데도 투자는 멈추지 않습니다.

외곽으로 옮겨붙은 유통 3사 전선

1차전은 도심 백화점에서 갈렸습니다. 동대구역에 들어선 대구신세계가 2016년 문을 연 뒤 1년 만에 지역 매출 1위에 올랐고, 그 승부는 사실상 끝났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2차전은 무대가 다릅니다. 도심이 아니라 신도시 외곽입니다. 롯데는 수성알파시티, 신세계사이먼은 동구 안심뉴타운, 현대백화점 계열 한무쇼핑은 경북 경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셋 다 오래 머무는 체류형 복합몰을 겨냥합니다.

 

사업자 위치 규모·특징 개장 목표
롯데 타임빌라스 수성 수성구 수성알파시티 연면적 약 27만~30만㎡ 복합몰 2027년 상반기 전망
신세계사이먼 대구 프리미엄 아울렛 동구 안심뉴타운 영업면적 약 4만2,900㎡, 고용 1,000여 명 2028년
현대(한무쇼핑) 경산 프리미엄 아울렛 경북 경산지식산업지구 부지 약 10만9,228㎡, 투자 약 3,580억 원 2028년
자료: 각 사·대구시·경산시 발표 종합, 2025~2026년

 

세 사업장이 잡은 개장 시점은 2027년에서 2028년 사이에 몰려 있습니다.

경산 부지에서 갈린 신세계와 현대

안심뉴타운과 경산 아울렛은 지도에서 6km 남짓 떨어져 있습니다. 두 곳 모두 2028년 개장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언뜻 각자 진출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작은 한 부지를 둔 경쟁이었습니다. 경산지식산업지구 유통용지 입찰에서 한무쇼핑이 994억 원을 써내 신세계사이먼을 눌렀습니다. 부지를 놓친 신세계사이먼은 곧 6km 거리의 안심뉴타운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결과는 근거리 정면충돌입니다. 두 프리미엄 아울렛이 같은 해, 사실상 같은 상권을 두고 문을 엽니다. 대구·경북 배후 인구를 흡수한다는 계산도 둘이 똑같습니다. 겹치는 상권에서 방문객을 나눠 가져야 하는 구조가 그래서 생깁니다. 선점을 노린 경쟁이 인접 과잉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신세계 사이번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설 안신뉴타운, 대구시
신세계 사이번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설 안신뉴타운, 대구시

침체를 뚫고 투자가 몰리는 이유

제조업이 흔들리고 소비 심리도 위축됐는데 수천억 원이 들어옵니다. 유통사가 보는 숫자는 대구 인구만이 아닙니다. 대구 약 236만에 경북을 더하면 배후 소비권은 약 500만 명 규모로 커집니다. 2024년 말 개통한 대경선이 구미와 경산을 대구와 전철로 이었습니다. 광역 소비층을 외곽 아울렛으로 실어 나르는 통로가 생긴 것입니다.

 

소비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온라인이 물건 판매를 가져가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하루를 보내는 공간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불경기일수록 멀리 떠나는 대신 가까운 복합몰에서 주말을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었습니다. 여기에 먼저 자리 잡지 못하면 권역 주도권을 놓친다는 위기감이 겹쳤습니다. 대구신세계의 성공을 지켜본 학습 효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구 유통 시장을 선점하려는 계산이 투자를 밀어 올립니다.

대백의 몰락은 끝나지 않았다

향토 백화점의 퇴장은 이 판의 배경입니다. 동아백화점은 외환위기 뒤 경영난을 겪다 2010년 이랜드에 2,680억 원으로 넘어갔습니다. 대구백화점은 체류형 흐름에 맞춰 매장을 키울 자본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2021년 7월, 개점 52년 만에 동성로 본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흔히 이 대목을 향토 유통의 완전한 종언으로 읽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본점 건물은 지금도 동성로 한복판에 빈 채로 서 있지만, 회사는 2026년 7월 새 주인을 맞았습니다. 구정모 회장 측이 지분 25.82%를 두 투자사에 223억 원으로 넘겼습니다. 몰락이라는 한 단어로 닫기에는 아직 움직이는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동성로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나

외곽에 대형 시설이 들어서면 도심은 손님을 나눠 줍니다. 주말 가족 단위와 청년층이 외곽으로 빠지는 빨대 효과가 우려됩니다. 예전에는 이 효과가 서울과 지방 사이에서 작동했습니다. 이번에는 대구 안에서, 도심과 외곽 사이에서 벌어집니다. 대경선과 외곽순환도로가 그 이동을 더 매끄럽게 만듭니다.

 

동성로가 잃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구시와 상인회는 의류 거리에 머물던 동성로를 문화·체험 거점으로 바꾸려 합니다. 팝업스토어와 버스킹, 축제로 사람을 다시 부르는 방식입니다. 외곽 시설은 수천 명 규모의 일자리와 광역 방문객을 끌어옵니다. 다만 매출이 지역에 돌지 않고 본사로 빠져나가는 문제, 도심 공실이 더 늘어나는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2028년이 되면 6km 거리에 두 개의 프리미엄 아울렛이 나란히 문을 엽니다. 그 사이 동성로 한복판에는 빈 백화점 건물이 여전히 서 있을지 모릅니다. 채워지는 외곽과 비어 가는 도심이 한 도시 안에서 동시에 진행됩니다. 대구 유통 시장의 지도가 이렇게 다시 그려질 때, 끝까지 남는 자리는 어디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