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오후 3시, 대구 동구 신암동의 기온은 39.2℃를 찍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같은 시각 경주 탑동이 39.1℃, 고령 대가야읍이 38.5℃, 경산과 포항 기계가 나란히 38.1℃를 기록했고, 대구와 경북 남부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특보 가운데 가장 높은 단계가 걸려 있었습니다.
폭염중대경보는 2026년 6월 1일부터 쓰기 시작한 등급입니다. 올해 신설됐습니다. 기상청이 2008년 폭염특보 제도를 도입한 뒤 18년 동안 주의보와 경보 두 칸으로 운영해 왔는데, 여기에 한 칸을 더 얹으면서 최상위 단계가 만들어졌습니다. 폭염중대경보는 일최고체감온도 38℃를 기준으로 삼는 최상위 단계로, 2026년 6월 1일부터 적용됐습니다.
| 단계 | 발표 기준(일최고체감온도) | 도입 시점 |
|---|---|---|
| 폭염주의보 | 33℃ 이상 2일 이상 예상 | 2008년 |
| 폭염경보 | 35℃ 이상 2일 이상 예상 | 2008년 |
| 폭염중대경보 | 35℃ 이상 2일 이상 관측된 지역 중 38℃ 또는 최고기온 39℃ 이상 예상 | 2026년 6월 1일 |
| 자료: 기상청 「2026년도 여름철 주요 방재기상대책」, 2026년 6월 시행 | ||
7월 12일, 경북 포항과 경산에 처음 내려졌습니다. 대구·경북에서는 25일 달성군과 포항을 필두로 경주, 경산, 청도, 고령으로 넓어졌고 27일에는 군위를 뺀 대구 전역이 여기에 들어갔으며, 같은 날 오후 3시 행정안전부는 폭염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습니다.
운문댐은 2월 10일 가뭄 '관심' 단계에 들어갔고 3월 2일 '주의'로 올라갔습니다. 최상위인 '심각' 판정이 나온 날짜는 7월 15일 0시였는데, 등급이 세 칸을 오르는 동안 대구·경북에는 폭염이라 부를 만한 더위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장마가 비켜 갔습니다. 올해 운문댐 유역에 내린 비는 371㎜로 예년 581㎜의 64% 수준이고, 홍수기가 시작된 6월 21일부터 7월 14일까지 내린 비는 18㎜에 그쳐 예년 같은 기간 223㎜의 8%에 머물렀습니다. 대구 지역 1~7월 누적 강수량도 386.8㎜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9.5㎜보다 35%가량 적었습니다.
댐 안쪽 계산은 더 단순합니다. 들어오는 물이 적었습니다. 올해 운문댐의 하루 평균 공급량은 29만t인데 유입량은 16만t에 머물렀으니 매일 13만t씩 저수량을 헐어 쓴 셈이고, 7월 중순 저수량은 4,774만t으로 예년의 61%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폭염은 여기에 수요를 얹었습니다. 물 사용량이 연중 최대로 오르는 시기에 저수량 곡선이 이미 아래를 향해 있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뼈대입니다.
대구에는 정수사업소가 일곱 곳 있고 하루 156만t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여유는 있습니다. 실제 공급량이 시설용량에 한참 못 미치는데도 수돗물 비상이 걸린 이유는 생산 능력의 총량과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 정수장 | 주 원수 | 하루 시설용량 |
|---|---|---|
| 매곡 | 낙동강 | 70만t |
| 고산 | 운문댐 | 35만t |
| 문산 | 낙동강 | 20만t |
| 자료: 대구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 ||
고산정수장은 하루 35만t 규모이면서 운문댐 원수에 묶여 있고, 낙동강 물을 쓰는 매곡과 문산은 합쳐서 하루 90만t 규모입니다.
원수와 정수장이 한 쌍으로 붙어 있습니다. 관로가 그렇게 깔렸습니다. 운문댐 물이 줄면 고산정수장이 만들 물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에 대구시가 택하는 방법은 생산량 조정 쪽보다 급수구역 이관 쪽이고, 고산이 맡던 구역 일부를 매곡과 가창 수계로 넘기는 작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7월 23일 밤 열 시부터 다음 날 아침 여섯 시까지 동구 효목1동과 수성구 황금1·2동 일부, 약 1만1천 세대가 이 작업 대상이었습니다. 흐린 물이 나옵니다. 수계를 바꾸면 관 안쪽에 가라앉아 있던 침전물이 물살에 일어나므로, 대구시가 그때마다 내보내는 '흐린 물 출수 예상' 안내는 시민이 이 위기를 처음 감지하는 신호가 됩니다.

운문댐 저수율이 떨어진 상황 하나에 등급이 두 개 붙어 있습니다. 7월 15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운문댐 자체에 '심각'을 매기면서, 이 물을 받아 쓰는 대구시와 경산·영천시, 청도·칠곡군의 생활·공업용수에는 한 단계 아래인 '경계'를 발령했습니다.
차이를 만든 쪽은 대체공급 여력입니다. 대구로 보내는 낙동강 대체공급량을 하루 5만t에서 최대 10만7천t까지 늘리고 경산의 금호강 대체공급량도 하루 4천t에서 6천t으로 올리는 계획이 함께 나왔으므로, 댐 사정이 최악이어도 수도꼭지 쪽 등급은 한 칸 낮게 유지된 셈입니다.
다음 카드는 금호강입니다. 대구시는 2017~2018년 가뭄 때 경산취수장 인근에서 경산네거리까지 2.6㎞ 도수관로를 새로 놓았고, 이 시설로 하루 12만7천t을 고산정수장까지 끌어올 수 있습니다. 2018년 2월 운문댐 저수율이 역대 최저인 8.2%까지 내려가면서 취수가 멈췄고, 그해 6월까지 대구 동·수성구 가정의 수돗물은 금호강에서 왔습니다.
가동 여부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발표는 '댐 수위가 계속 낮아질 경우'라는 단서를 달고 있고 7월 27일 현재 이 시설은 돌지 않는데, 실제로 가동에 들어가면 수질 관리가 곧바로 따라붙습니다. 2018년 당시에도 흙냄새 유발물질이 검출돼 고산정수장의 분말활성탄 접촉조를 임시로 돌려야 했습니다.
온열질환자 집계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사망자는 없습니다. 7월 26일까지 대구에서 나온 온열질환자는 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명의 절반 수준이며, 5월 19일 첫 환자가 나온 뒤로 사망 사례는 아직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장마전선 북상이 늦어져 예년 같으면 6월 하순부터 이어졌을 더위가 7월 초까지 오지 않았고, 누적 집계는 폭염 일수를 그대로 반영하므로 시작이 늦으면 같은 날짜에도 합계가 작게 나옵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시점은 7월 하순입니다.
장소별 격차도 집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대구는 분지입니다. 도심 하천 상당수가 복개돼 있고 아스팔트와 건물 벽면이 낮 동안 받은 열을 밤까지 내놓기 때문에 같은 시각 같은 도시 안에서도 아스팔트 위와 나무 그늘 아래의 온열 부담은 크게 벌어지는데, 두 지점의 체감온도 차이를 숫자로 못박은 공식 측정값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폭염은 며칠 만에 왔다 갑니다. 반면 운문댐 저수율은 2월부터 반년에 걸쳐 내려왔고 회복에도 그만큼의 비와 시간이 필요하므로, 8월에 큰비가 한 번 온다고 해서 이 구조가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저수율이 정상 공급 기준까지 돌아오면 고산정수장은 다시 운문댐 물을 받고 흐린 물 안내도 멈춥니다. 그때 남아 있을 조건은 올여름과 같습니다. 원수 하나에 정수장 하나가 묶여 있는 배관, 조건이 갖춰져야 도는 비상시설, 올해 처음 써 본 경보 등급이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