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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들인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되나?

대구 뉴스

2026. 8.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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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광장에 선 높이 3m 조형물의 운명이 2026년 10월 1일 정해집니다. 대구지방법원 제11민사부(부장판사 권준범)는 2026년 7월 23일 국가철도공단이 대구광역시를 상대로 낸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철거(구조물 인도) 청구소송'의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일을 잡았습니다.

 

재판부가 따진 것은 설치 절차의 적법성입니다.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심리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선고 다음 날부터 그 결론을 읽는 쪽은 법정 밖이어서, 절차 판단과 정치적 수용이 어긋날 여지는 처음부터 열려 있었습니다.

표지판이 먼저, 동상이 뒤였습니다

논란의 출발점은 동상보다 넉 달 앞섭니다. 대구광역시의회는 2024년 5월 2일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를 찬성 31표, 반대 1표로 가결했습니다. 같은 추경에 동상 2기 건립비 14억5천만 원이 담겼고, 동대구역 광장의 3m 동상이 그중 앞 순서였습니다.

 

대구시는 2024년 8월 14일 동대구역 앞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폭 0.8m, 높이 5m 표지판 제막식을 열었습니다. 국채보상운동의 구국정신과 2·28 민주운동의 자유정신에 산업화 정신을 더해 '대구 근대 3대 정신'으로 규정하면서, 앞의 둘은 기념시설이 있는데 산업화 정신을 기리는 사업만 없었다는 논리를 공식 자료에 담았습니다.

 

동상은 2024년 12월 설치됐고 제막식은 12월 23일 열렸습니다. 사업비는 6억여 원이 들어갔습니다. 조례와 예산, 의회 의결이라는 형식은 갖춰져 있었습니다. 조례가 스스로 요구한 여론수렴·공청회와 부지 소유자와의 협의는 이 시간표 어디에도 없었고, 대구경실련은 뒤에 그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철거'로 불리는 인도 청구 소송

국가철도공단은 동상이 서기 전에 공사중지 가처분을 냈습니다. 2025년 1월 7일 대구지법 민사20-1부의 첫 심문기일에는 동상이 이미 광장에 서 있었고, 재판부는 공사 중지를 다툴 실익이 사라졌다며 신청 취지 변경을 권했습니다.

 

공단은 이틀 뒤인 2025년 1월 9일 본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건명에 '철거'가 붙어 있지만 법정에 올라간 청구 취지는 구조물 인도입니다. 소유권을 가진 쪽이 그 위에 놓인 물건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형태여서, 심리의 출발점은 광장의 소유권이 지금 누구에게 있느냐가 됐습니다.

 

동대구역 광장은 아직 준공 전입니다. 준공 승인이 나야 소유권이 대구시로 넘어가는데, 그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물이 들어섰다는 것이 공단 주장의 뼈대입니다. 대구시 논리는 승인만 나면 넘어온다는 미래 시제에 기대고 있습니다. 준공 승인이 선고보다 먼저 나면 이 소송의 전제 자체가 흔들립니다.

 

박정희 동상 제막식
박정희 동상 제막식

양측 주장이 갈리는 세 지점

1심은 2025년 8월 21일 첫 공판으로 시작해 2026년 6월 11일 6차 공판까지 이어졌습니다. 양측이 맞선 지점은 소유권 귀속, 사전 협의와 구조 안전, 철거 요구의 형평성으로 정리됩니다.

 

쟁점 국가철도공단(원고) 대구광역시(피고)
부지 소유권 준공 승인 전이므로 소유권은 공단에 있음 준공 승인만 나면 소유권·관리권 모두 대구시로 이양
사전 협의 소유자 검토·승인 없이 설치했으므로 위법 오래 사용해 온 광장이고 사실상 관리 주체였음
구조 안전 지면 아래 전선 등 하중 검토 협의가 선행됐어야 함 시설물안전법 대상이 아니며 다른 시설물도 이미 설치돼 있음
철거 요구 위법하게 설치된 구조물은 철거돼야 함 동상만 특정한 철거 요구는 권리남용
자료: 2026년 7월 23일 결심공판 관련 보도(평화뉴스·오마이뉴스·헤럴드경제) 종합

 

양측 모두 광장 소유권이 최종적으로 대구시에 귀속된다는 점은 다투지 않았고, 그 시점이 오기 전에 세운 구조물을 어떻게 볼지에서 갈렸습니다.

형평성 항변은 시의 전례에 기댑니다

대구시가 형평을 꺼낸 근거는 자기 전례입니다. 2016년 협의로 공단에서 광장 관리권을 인정받았고, 2017년부터 시비 100억여 원을 들여 캐노피와 관광안내소, 그늘막을 설치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입니다(2024년 12월 보도 기준). 그 시설물들 역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지만 공단이 문제 삼은 적은 없었습니다.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만 특정해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여기서 나옵니다. 협의 없이 시설물을 세워 온 관행이 지금은 방어 논리로 쓰이는 구조입니다. 공단은 다른 철도역에서 준공 처리 전에 조형물이 설치된 사례는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안전 쟁점의 실체는 광장 지면 아래를 지나는 전선입니다. 공단은 하중 검토를 포함한 협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대구시는 이미 다른 시설물이 들어서 있고 차량도 지나다니는 곳이라며 위험 주장이 과하다고 맞섰습니다.

판결은 논란을 끝낼까요

결심공판이 끝난 뒤 대구시 측 법률대리인은 취재진에게 이 사건을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법정 안에서는 절차를 다투고 법정 밖에서는 역사 해석의 언어를 쓴 셈입니다.

 

동상을 세운 홍준표 전 시장은 2025년 조기 대선 국면에서 사퇴했고, 기념사업은 사실상 멈췄습니다. 이듬해 예정됐던 박정희공원 조성과 6m 동상 설치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는 기념사업 협조자에게 '박정희 유공 포상'을 수여하려던 계획이 논란이 됐습니다. 2026년 7월 취임한 추경호 시장 측은 같은 해 6월 시점까지 동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시민사회 쪽에서는 판결 전에 자진 철거하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공단은 준공 승인이 미뤄지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 등 남은 절차를 들었습니다. 선고와 준공, 두 개의 시계가 따로 돌고 있는 셈입니다.

 

선고일에 정해지는 것은 광장에 놓인 구조물의 처리 방법입니다. 세울 때 건너뛴 공론화 절차를 지금이라도 밟을지는 법원이 답해주지 않습니다. 6억여 원이 들어간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을 두고 대구시가 판결 이후 어떤 순서를 택하는지가 다음 관전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