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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 원 투입되는 봉화군 'K-베트남 밸리' 혈세 낭비될까?

대구 뉴스

2026. 8. 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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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일원 87만 7,372㎡가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됐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6년 8월 6일 제60차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를 열고 봉화 K-베트남 밸리 특구 계획을 원안 가결했습니다. 지정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이며, 기투자액 1,127억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3,476억 원 규모의 특화사업 8개가 한 계획으로 들어갔습니다. 인구 2만 8천 명 남짓한 군 단위 지자체가 다루는 숫자로는 이례적인 규모입니다.

800년 인연, 봉화가 아니었던 출발점

베트남 리(Lý) 왕조의 왕자 이용상은 1226년 왕족 숙청을 피해 바다로 나섰고, 표류 끝에 황해도 옹진 화산에 닿았습니다. 고려 고종은 이용상을 화산군(花山君)에 봉했고, 1253년 몽골군이 침입했을 때 그는 성을 쌓고 방어에 나서 공을 세웠습니다. 화산 이씨(花山 李氏)의 시조가 된 경위입니다. 다만 망명 시점과 경로에는 사서상 이견이 남아 있습니다.

 

봉화와 이어지는 지점은 그다음 세대입니다. 이용상의 13세손 이장발(1574~1592)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열아홉의 나이로 문경새재 전투에 나갔다가 전사했고, 봉성면 창평리에는 그의 충효를 기리는 충효당과 화산 이씨 집성촌이 남았습니다. 충효당이 세워진 시기는 1750년 무렵으로 전해집니다. 봉화가 손에 쥔 자산은 왕조의 유적보다 조선 중기 이후 이어진 후손의 생활사에 가깝습니다.

3,476억을 나눠 낸 네 개의 지갑

총사업비 3,476억 원은 네 갈래로 조달됩니다. 봉화군이 직접 부담하는 군비가 전체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이 가운데 1,127억 원은 특구 지정 이전에 이미 집행된 기투자액이고, 2026년 이후 새로 마련해야 하는 금액은 2,349억 원입니다.

재원 금액 비중
국비 1,051억 원 30.2%
도비 277억 원 8.0%
군비 1,701억 원 48.9%
민자 447억 원 12.9%
합계 3,476억 원 100%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제60차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 2026년 8월 기준

 

봉화군의 2026년 본예산은 5,800억 원이고, 이 중 문화·관광 분야에 배정된 금액은 348억 원입니다. 군비 1,701억 원은 군의 연간 문화·관광 예산을 다섯 해 모두 쏟아부어야 채워지는 액수이며, 5년에 나눠 집행하더라도 해마다 340억 원 안팎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남습니다. 봉화군은 2016년과 2021년 전국 기초지자체 재정자립도 최하위를 기록한 지역입니다.

 

민간 자본은 447억 원으로 전체의 12.9%에 머뭅니다. 민자 유치가 어긋날 위험보다 군비 조달이 흔들릴 위험을 먼저 계산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지정과 해제가 같은 날

제60차 위원회는 봉화 특구를 새로 지정하면서 부산 진구 서면 신발산업 성장거점, 인천 서구 외국어교육,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생약초·한우, 구미 글로벌교육 등 기존 특구 4곳의 지정 해제도 함께 의결했습니다. 지역특화발전특구는 2004년 도입된 이후 전국 135개 시·군·구에서 171곳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정은 자주 일어납니다.

 

제도의 내용도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구 지정은 지역특구법에 규정된 130개 규제특례 가운데 필요한 항목을 골라 적용받는 장치이며, 봉화 K-베트남 밸리 특구가 선택한 것은 출입국관리·토지이용·도로·국공유재산·주택 공급 등 10건입니다. 이 10건에 국비를 자동으로 배정하는 조항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남은 국비는 부처별 공모와 개별 사업 심사를 거쳐 따로 확보해야 하는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5년 뒤에도 남아 있을 사람은 누구일까

조건은 단순합니다. 인구감소지역에 적용되는 지역특화형 비자(F-2-R)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며 취업이나 창업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체류 자격을 주고, 5년 이상 요건을 채워 영주 자격으로 넘어가는 순간 거주지 제한이 풀립니다. 제도 설계상 5년째는 정착이 자리를 잡는 시점이면서 이동이 가능해지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 시점에 봉화가 내놓을 수 있는 조건을 따져볼 차례입니다. 봉화군에는 고속도로가 지나지 않고, 중앙선 KTX를 타려면 인접한 영주역까지 나가야 합니다. 인구 2만 8천 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40%를 넘는 지역에서 자녀 교육과 상시 의료를 감당할 기반을 5년 안에 갖추는 일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릅니다.

 

봉화군은 K-베트남 밸리 특구를 추진하고 있다

건물보다 먼저 설계할 것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장치는 소득 구조에서 나옵니다. 임대형 스마트팜의 지분 참여나 베트남 특화 상가의 영업권처럼 이주민이 지역 안에서 자산을 쌓는 경로가 열려 있어야 5년 뒤의 선택이 달라집니다. 관람객을 기다리는 시설과 함께 한·베 기업 교류관이나 이중언어 연수 과정처럼 평일에도 사람이 드나드는 기능을 갖춰야 체류 인구가 유지됩니다.

 

집행 방식도 변수입니다. 예산을 단계별로 나눠 성과를 확인하며 투입하고, 완공 이후 운영은 전문 기관에 위탁해 군 재정의 노출을 줄이는 선택지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봉화 K-베트남 밸리의 설계도는 전임 군정에서 나왔고, 집행은 2026년 7월 출범한 민선 9기가 맡게 됐습니다. 새 군정이 취임 일성으로 앞세운 과제는 6차 산업 농업단지와 국제정원박람회, 농어촌 기본소득 정착입니다. 군비 1,701억 원을 5년간 밀어 넣는 결정과 이 과제들은 같은 재정 안에서 자리를 다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