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진 양은냄비 안에서 시뻘건 양념이 자박하게 졸아듭니다. 대구에 처음 온 사람이 안내받는 밥상 목록에 동인동 찜갈비는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맛이 강하니 인상에 남고, 인상에 남으니 대표가 됐다는 설명이 흔합니다.
대구에는 매운 음식이 많습니다. 막창도 뭉티기도 매섭습니다. 그중에서 찜갈비만 골목 이름과 음식 이름이 한 몸으로 붙어 다닙니다. 혀 말고 다른 것이 작동했다는 뜻입니다.
시작은 1960년대 동인동 농산물도매시장 언저리였습니다. 월급날이면 노동자들이 단골 국수집에 들러 고기 반찬을 청했다고 전해집니다. 주인은 인근 육수간에서 갈비를 구해 고춧가루와 마늘을 풀고 냄비째 불에 올렸습니다. 투박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먹는 음식치고는 손이 넉넉했던 편입니다.
실비집에서 공사 현장 인부들이 청한 매운 갈비 찌개가 원형이라는 기록도 남아 있고, 갈비를 좋아하던 부부에게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골목에 돕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지금도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대구가 덥고 답답한 분지라서 자극적인 음식이 발달했다는 설명은 널리 퍼져 있습니다. 반은 맞습니다. 재료 쪽 사정이 더 직접적이었습니다. 햇볕이 강한 내륙이라 고추가 잘 자랐고, 인근 경북 의성에서 마늘을 구하기 쉬웠습니다. 흔하고 값싼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은 결과가 지금의 양념입니다.
간장으로 맛을 낸 갈비찜과는 방향이 아예 다릅니다. 재료가 단순합니다. 야채를 거의 넣지 않고 다진 마늘과 굵은 고춧가루를 앞세웁니다. 고기를 건져 먹은 뒤 남은 양념에 참기름과 김가루를 넣어 밥을 비비는 순서까지가 한 상입니다.
그릇도 그대로입니다. 열전도율이 높은 양은냄비는 센 불에서 양념을 빠르게 졸입니다. 위생이 걱정된다는 말이 몇 차례 나왔고 대구시가 스테인리스 냄비를 직접 보급한 적도 있었습니다. 손님들은 맛이 달라졌다며 금세 양은냄비를 다시 찾았습니다.
골목이 형태를 갖춘 뒤 대구시는 1989년 동인동 일대를 찜갈비골목으로 지정했습니다. 특성화 음식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결정이었고, 여기까지는 다른 지역 먹자골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로였습니다.
갈림길은 1990년대 중반에 나왔습니다. 저마다 원조를 내걸던 상인들이 손을 모아 '동인찜'이라는 공동 상호를 함께 특허로 걸었습니다. 이름을 묶었습니다. 한 집이 독점하는 길을 스스로 닫은 셈입니다. 그 뒤로 골목 안 원조 다툼은 사실상 사라졌고, 골목 전체가 대구의 맛을 대표한다는 데 이견이 없어졌습니다.
향토음식이 유명해진 뒤 원조 소송으로 갈라지는 사례는 드물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브랜드의 주인을 가게가 아니라 골목으로 정해 그 길을 피했습니다. 증명할 시조가 없었습니다. 누구도 자기가 처음이라고 못 박을 수 없으면 나눠 갖는 편이 합리적인 계산이었습니다.
이름값이 대구 밖으로 퍼진 계기는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였습니다. 대회를 찾은 외지 손님과 방송 노출이 겹치면서 골목은 관광 코스가 됐습니다.
대구시는 2006년 5월 향토음식 공모와 평가대회를 열어 후보 76개 가운데 열 가지를 추렸습니다. 대구10미라는 이름은 서거정의 대구십경과 전주 10미에서 따온 것입니다. 찜갈비도 명단에 들었습니다. '대표'라는 말이 이때 비유에서 행정 용어로 바뀌었습니다.
| 시점 | 사건 | 대표성에 남긴 것 |
|---|---|---|
| 1989년 | 대구시, 동인동 일대를 찜갈비골목으로 지정 | 골목 단위의 공식 명칭 |
| 1990년대 중반 | 상인들이 '동인찜' 공동 상호 특허 | 원조 다툼 대신 공동 소유 |
| 2003년 |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 | 전국·해외 인지도 |
| 2006년 | 대구10미 선정(후보 76개 중 10개) | 공식 대표 음식 지위 |
| 2013년 | 착한골목 1호 지정 | 정기 기부로 얻은 평판 |
| 2023년 | 고속도로 휴게소 6개 메뉴 판매 | 대구 밖 상시 접점 |
| 자료: 대구역사문화대전, 대구광역시 보도자료, 영남일보 보도 종합 | ||
골목이 공식 대표 음식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상인들이 상표를 묶은 1990년대 중반부터 선정이 끝난 2006년까지 십여 년이 걸렸습니다.
2013년에는 매출 일부를 정기적으로 기부해 착한골목 1호가 됐고, 2023년에는 한국도로공사와 손잡고 전국 23개 휴게소에서 대구10미 메뉴 여섯 가지가 팔렸습니다. 그중 하나가 찜갈비였습니다.
2005년 지역 언론 취재에서 골목 상인들은 체인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원육 값이 무겁고 양념을 표준화하기 어렵다는 사정도 있었습니다. 막창이나 닭강정이 전국 프랜차이즈로 퍼지는 동안 이 골목이 제자리를 지킨 배경입니다.
대가는 가격표에 남습니다. 골목 한 업소의 메뉴를 보면 수입산 갈비가 1인분 2만 2천 원, 한우가 3만 원입니다. 업소와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이 언저리를 오갑니다. 평일 점심으로는 무겁습니다. 대구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고 주말 관광객과 출장객이 그 자리를 채우는 구조가 굳었습니다.
식당 수는 오래 열 곳 안팎이었습니다. 줄지도 늘지도 않았습니다. 100m 남짓한 구도심 골목이라 가게를 더 들일 자리 자체가 없는 까닭입니다.
대신 소갈비 원가를 피해 돼지갈비에 같은 양념을 입힌 밀키트가 온라인 여러 곳에 올라와 있고, 가격은 1만~2만 원대에 형성돼 있습니다. 대구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에 오른 제품도 있습니다. 골목에서 파는 소갈비 찜갈비와 택배 상자로 오는 돼지갈비 찜갈비는 같은 이름을 쓰지만 원료가 다릅니다.
공동 상표는 골목 안에서 원조 다툼을 막아 준 울타리였습니다. 울타리는 골목까지입니다. 이름을 나눠 가져 대표가 된 음식이 이름을 나눠 팔면서도 대표로 남을지, 동인동 찜갈비의 다음은 냄비가 아니라 배송 상자에서 갈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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