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7일 오후, 대구시 지역대학협력센터에서 시민 토론회가 열립니다. 대구 대중교통전용지구 가운데 아직 남아 있는 중앙로 남측 600m를 그대로 둘지, 승용차에 열어줄지를 놓고 시민과 상인,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자리입니다. 대구시는 같은 날까지 누리집 '토크대구'에서 온라인 의견도 함께 받습니다.
2009년 대구시는 반월당네거리에서 대구역네거리까지 1.05km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습니다. 왕복 4차로를 2차로로 줄이고 보도를 넓힌 뒤 시내버스와 공공임무 차량만 통행하게 한 구간입니다. 초기 평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동인구와 시내버스 이용객이 늘고 보행 환경이 좋아졌다는 진단이 이어졌습니다.
변화는 2023년에 왔습니다. 대구시는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하나로 그해 11월 1일부터 중앙네거리에서 대구역네거리까지 북측 450m의 지정을 풀고 모든 차량 통행을 허용했습니다. 전체 구간의 절반가량입니다. 지금 논의 대상은 반월당네거리에서 중앙네거리까지 남은 600m이고, 이 구간까지 풀리면 대구 대중교통전용지구는 17년 만에 사라집니다.
상인과 상가 소유주는 승용차 접근 차단을 상권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해 왔습니다. 북측을 이미 풀었으니 남측도 풀어야 접근성이 회복된다는 논리입니다.
시민단체와 교통 전문가의 판단은 다릅니다. 버스 정시성과 보행자 안전, 도심 대기질이라는 지정 목적이 여전히 유효하고, 상권 침체의 뿌리는 온라인으로 옮겨간 소비 구조와 도심 인구 감소에 있다고 봅니다. 두 진영은 애초에 서로 다른 자료를 근거로 삼습니다. 한쪽은 매출과 접근성을 보고, 다른 쪽은 통행량과 배출량을 봅니다. 대구시는 토론회와 온라인 의견을 모은 뒤 대구경찰청, 중구청,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협의해 운영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연세로는 이 질문에 먼저 답한 사례입니다. 서울시 최초의 보행자·대중교통 전용 공간으로 2014년 1월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삼거리까지 약 500m 구간에 조성됐습니다. 상권 침체를 이유로 한 해제 요구가 이어지자 서울시는 2024년 12월 19일 해제를 공고하고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해제를 요구한 쪽이 내세운 근거 가운데 하나가 통행량이었습니다. 서대문구 통계는 반대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기준으로 신촌 전체 통행량은 2024년 8만9120건에서 2025년 9만2454건으로 3.7% 늘었지만, 연세로 구간은 3만9429건에서 2만1883건으로 44.5% 줄었습니다. 연세대 정문 앞은 41.7%, 현대백화점 앞은 37.7% 감소했습니다.
공실률만 보면 다른 해석의 여지가 남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신촌·이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4년 4분기 9.5%에서 2025년 1분기 8.4%로 내려갔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임대가격지수도 98.6에서 98.2로 함께 떨어져, 빈 가게가 줄어든 이유를 임대료 인하와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부산 동천로는 조건이 더 느슨했는데도 같은 길을 갔습니다. 출퇴근 시간대에만 일반 차량을 막는 시간제 운영이었지만, 2020년대 초부터 단속이 유예되면서 사실상 멈춰 섰습니다. 부산시는 2025년 9월 운영 방안 검토 용역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차로와 보도 폭을 되돌릴지까지 검토 대상에 올렸습니다.
| 구분 | 대구 중앙로 | 서울 연세로 | 부산 동천로 |
|---|---|---|---|
| 지정·조성 | 2009년 | 2014년 1월 | 2015년 |
| 구간 길이 | 1.05km | 약 500m | 740m |
| 통제 방식 | 전일 통제 | 전일 통제 | 출퇴근 시간대 통제 |
| 현재 상태 | 북측 450m 해제(2023년 11월), 남측 600m 논의 중 | 2025년 1월 1일 전면 해제 | 단속 유예로 사실상 중단, 재검토 용역 예정 |
| 자료: 대구광역시·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 발표 및 언론 보도 종합, 2023~2026년 | |||
국내에 조성된 세 곳 가운데 지정 당시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도로 구조부터 봐야 합니다. 남측 600m는 조성 당시 왕복 4차로에서 2차로로 줄인 구간입니다. 편도 한 개 차로에 승용차가 들어오면 주차 자리를 찾는 차량과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이 뒤엉켜 정체가 생기기 쉽습니다.
연세로가 보여준 장면도 여기에 있습니다. 차가 늘어난 거리에서 걷는 사람이 줄면, 상가는 도심을 통과하는 도로 옆에 늘어선 점포가 됩니다. 소비 인구가 온라인으로 옮겨간 흐름은 차로 하나가 열린다고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동성로의 숫자는 이미 한 차례 실험을 거친 뒤의 값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동성로 중심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19.8%, 2025년 3분기 23.3%, 2025년 4분기 26.9%로 올라갔습니다. 같은 시기 대구 전체 중대형 상가 평균은 18.1% 수준이었습니다.
북측 450m가 열린 2023년 11월 이후에도 이 수치가 계속 올라갔다는 사실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물론 원인은 하나가 아닙니다. 2021년 7월 문을 닫은 대구백화점 본점이 5년째 비어 있는 영향이 크고, 소비 구조 변화도 겹칩니다.
임대료는 공실률을 따라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동성로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2020년 1분기 제곱미터당 2만4700원에서 공실이 급증한 2021년 4분기 2만5600원으로 올랐고, 2025년 3분기에도 2만6900원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빈 점포가 늘어도 임대료가 버티면 청년 창업자나 팝업스토어가 들어설 자리는 생기지 않습니다.
제도가 없지는 않습니다. 대구 중구는 2026년 청년사업자 임대료 지원사업으로 100명 내외에게 5개월간 월 최대 40만 원, 총 200만 원 한도로 임대료를 지원합니다. 공실률 26.9%의 상권을 채우기에는 규모가 작습니다.
대형 복합문화공간 같은 앵커 시설 유치가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여기에는 수백억 원대 재원과 긴 시간이 듭니다. 대구백화점 본점을 800억 원을 들여 매입·리모델링하겠다는 구상이 2026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나온 것도 그 규모를 보여줍니다. 도로 규제를 푸는 쪽은 별도 예산 없이 당장 시행할 수 있습니다. 대구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논의가 반복해서 돌아오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남은 600m를 여는 결정은 행정적 명분과 전국적 흐름을 볼 때 현실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열린 뒤의 운영 방식입니다. 주말·야간 차 없는 거리 같은 시간대별 운영, 진입 차량을 소비로 연결하는 주차 정보 체계, 공실 상가를 문화·팝업 공간으로 돌리는 임대료 협의체 가운데 대구시가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27일 토론회에서 확인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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