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낮 최고기온 31도를 넘나들던 날, 대구 남구 봉덕시장 버스정류장 앞은 아스팔트 열기로 후덥지근했습니다. 수성구청 앞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형 정류장이 있습니다. 같은 대구인데 버스를 기다리는 방식이 이렇게 다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도입한 냉난방·공기청정·무선충전 설비를 갖춘 '스마트쉘터'가 정작 필요한 곳에는 세워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스마트쉘터 한 곳을 세우는 데는 대략 1억5천만 원 안팎이 듭니다. 대구에서는 2019년 12월 첫 시범 설치 이후 지금까지 36개소에 총 51억4,900만 원이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내버스 이용객이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보통 5분에서 15분 사이로 짧습니다. 일반 유개형 정류장이 개당 수백만 원에서 2천만 원 선인 것과 비교하면, 대기 시간에 비해 설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격차입니다.
문제는 비용만이 아닙니다. 스마트쉘터는 가로 15m, 세로 3.5m 규모의 구조물이라 인도 폭이 최소 5m는 확보돼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일반 유개형 정류장은 가로 3m, 세로 1.5m면 충분해 좁은 골목에도 들어갑니다. 그 결과 도로 정비가 잘된 신도시·대로변에는 스마트쉘터가 집중되고, 전통시장이나 구도심 골목처럼 인도가 좁은 곳은 그 요건을 채우지 못해 설치 대상에서 빠집니다. 버스 이용객과 고령층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셈입니다.
2026년 6월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를 대조하면, 대구 남구의 인구 1,000명당 자가용 등록 대수는 358.2대로 군위군을 뺀 8개 구·군 가운데 가장 적습니다. 자가용이 적다는 건 그만큼 버스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남구에 스마트쉘터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남구의 버스정류장은 167개, 인구 1만 명당 고유 버스노선 수는 2.83개로 8개 구·군 중 셋째로 많습니다. 수요가 적어서 스마트쉘터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구·군 | 스마트쉘터 설치 수 | 비고 |
|---|---|---|
| 수성구 | 12개소 | 자가용 476.8대/1,000명, 재정자립도 24.11% |
| 서구 | 7개소 | - |
| 달서구 | 7개소 | - |
| 북구 | 4개소 | - |
| 달성군 | 3개소 | - |
| 동구 | 2개소 | - |
| 중구 | 1개소 | - |
| 남구 | 0개소 | 자가용 358.2대/1,000명, 재정자립도 10.1% |
| 자료: 영남일보(2026.8.17),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2026.6)·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 ||
자가용 등록 대수가 가장 많은 축인 수성구와 가장 적은 남구의 재정자립도는 두 배 넘게 벌어집니다.
정류장 대비 설치 비율로 보면 격차는 더 뚜렷해집니다. 수성구는 정류소 436곳 중 12곳, 비율로는 2.75%가 스마트쉘터입니다. 대구 전체 평균은 1.05%인데, 남구는 정류소 167곳 중 단 한 곳도 없어 0%입니다. 국비 공모나 시비 지원이 있어도 구·군비 매칭이 필수인 사업 구조가 원인입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매칭 예산을 낼 여력이 없어 공모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대중교통 의존도가 가장 높은 동네가 오히려 스마트쉘터에서 가장 먼저 밀려나는, 일종의 기후복지 역전입니다.

모든 지자체가 재정자립도 탓만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울산 북구는 전기차 폐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을 결합해 기존 일반 승강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스마트 기능을 얹었습니다. 냉난방기와 자동문, 무선충전기는 새로 넣되 기존에 있던 온열의자와 에어커튼은 그대로 재활용했습니다. 낮 동안 만든 태양광 전력과 심야 전력을 폐배터리에 저장해 쓰는 구조라, 6월 한 달 시범 운영에서 일반 스마트 승강장 대비 전기요금이 65% 절감됐습니다.
설치비 차이는 더 극명합니다. 북구청 교통행정과에 따르면 관급자재로 짓는 일반형 스마트 승강장은 철거·기초공사·전기공사까지 합쳐 약 9,615만 원이 들지만, 북구가 기존 승강장을 확장해 만든 방식은 4,710만 원으로 끝났습니다. 비슷한 시기 울산시청 앞에 세워진 12억 원짜리 정류장과 비교하면 26배 차이입니다. 같은 예산으로 훨씬 많은 정류장을 스마트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산 총액을 늘리는 대신 설계 방식을 바꿔 문제를 푼 사례입니다.
지금의 스마트쉘터 사업은 공모 순서나 신청 여부로 설치 지역이 정해집니다. 재정이 넉넉한 곳이 먼저 손을 들고, 그렇지 못한 곳은 뒤로 밀립니다. 대중교통 이용객 수, 평균 대기시간, 고령자 비율, 재정자립도를 함께 놓고 판단하는 기준이 없다면, 지금의 배치는 필요보다 여력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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