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내년 살림 규모를 12조 7,051억 원으로 정해 시의회에 냈습니다. 올해 본예산보다 9,973억 원(8.5%) 늘어난 규모이고, 사회복지·보건 분야가 전체 예산의 절반을 처음으로 넘어선 예산안이기도 합니다. 다만 대구시 2027년 예산안에서 늘어난 돈의 대부분은 시가 고를 수 있는 돈이 아니었습니다.
늘어난 9,973억 원 가운데 7,336억 원은 정부가 돈을 대면 시가 정해진 비율만큼 보태야 하는 사업비(국비매칭 사업비)입니다. 법으로 정해져 반드시 써야 하는 돈(법정·의무경비)도 2,017억 원 늘었습니다. 두 항목을 합치면 증가분의 약 94%에 이릅니다. 시가 스스로 정해 쓰는 재량사업비는 62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늘어난 돈 100원 가운데 시가 고른 몫은 6원 남짓인 셈입니다.
복지·보건 비중이 49.1%에서 51.5%로 오른 것도 같은 흐름에서 읽힙니다. 대구시는 이 변화를 정부 정책의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산 2원 가운데 1원 이상이 복지·보건으로 가는 지금의 구조는 기초연금과 각종 급여처럼 정부가 정한 복지 제도가 넓어지면서 시 예산에 함께 따라 들어온 결과에 가깝습니다.
| 분야 | 2027년 예산안 |
|---|---|
| 복지·돌봄·의료 | 6조 4,544억 원 |
| 교통·환경·산업 인프라 | 2조 3,573억 원 |
| 재정·스마트 행정 | 1조 4,098억 원 |
| 재난 대응·생활안전 | 9,702억 원 |
| 인재 양성·청년 정착 | 7,152억 원 |
| 문화·관광 | 3,530억 원 |
| 중소기업·소상공인·민생경제 | 2,425억 원 |
| AX 대전환·혁신성장 | 2,027억 원 |
| 자료: 대구광역시 보도자료(2027년도 예산안), 2026년 11월 | |
8개 분야 가운데 복지·돌봄·의료 한 분야의 예산이 나머지 일곱 분야를 모두 합친 금액보다 큽니다.
복지 예산에서 가장 큰 덩어리는 생계·의료·주거급여 2조 851억 원입니다.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급여비 지원이 1조 6,733억 원으로 뒤를 잇습니다. 노인맞춤돌봄과 노인일자리 같은 어르신 사업에도 2,955억 원이 들어갑니다. 세 항목만 4조 원이 넘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은 올해보다 388억 원 늘어난 2,701억 원입니다. 시간당 지원 금액을 올리고 대상자를 넓히는 데 쓰는 돈입니다. 장애인연금에는 877억 원을 배정했고, 참전명예수당은 월 23만 원으로 오릅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어린이·임산부 진료와 응급의료처럼 지역에 모자란 필수 의료를 보강하는 사업에 179.5억 원을 새로 편성했습니다. 대구의료원 기능 보강에 138.4억 원이 들어가고, 난임 시술비 지원 횟수 제한을 없애는 데 100억 원이 반영됐습니다.

시민이 가장 빨리 체감할 사업은 128억 원이 새로 들어간 대구형 D-패스입니다. 정부의 대중교통비 환급 제도인 K-패스와 연계해, 한 달 대중교통비가 4만 5,000원을 넘으면 넘는 금액을 모두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2026년 9월 대구시 발표 기준으로 대상은 19세 이상 대구시민입니다. 시는 2027년 3월 시행을 목표로 잡았고, 약 17만 3,00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환급은 두 겹입니다. K-패스의 정액형 상품인 모두의카드는 한 달 이용액 가운데 5만 5,000원을 넘는 금액을 돌려줍니다. D-패스는 그 아래 4만 5,000원부터 5만 5,000원까지의 구간을 메웁니다. 대구시가 내는 몫은 한 달 최대 1만 원, 1년 최대 12만 원입니다. 한 달에 7만 원어치를 탔다면 2만 5,000원을 돌려받아 실제 부담은 4만 5,000원이 됩니다.
오래 미뤄 온 신청사 건립에도 301억 원이 반영됐습니다.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터에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짓는 청사이며, 총사업비는 약 4,500억 원입니다. 2025년 10월 보도 기준으로 모아 둔 건립 기금은 700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나머지를 어떤 돈으로 채울지는 해마다 예산 심의에서 다시 따져야 할 대목입니다.
인재 양성과 청년 정착에는 7,152억 원이 배정됐습니다. 이 가운데 청년월세 지원은 251억 원으로, 올해 181억 원보다 70억 원 늘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Next Move' 사업은 D-청년일자리 점프업 36억 원, 대구형 청년 AX 인재양성 및 채용 연계 20억 원, 재직 청년의 창업 도전 안전망 4억 원으로 짜였습니다. 미취업 청년의 국가기술자격·어학시험 응시료를 대 주는 사업에도 5억 원이 새로 들어갑니다.
민생경제 몫은 2,425억 원입니다. 전통시장·골목상권 소비 활성화 예산을 5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두 배 늘리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에 300억 원을 넣습니다.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 융자 규모는 1조 2,500억 원에서 1조 5,000억 원으로 커집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이자 감면에는 249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공장에 인공지능을 붙여 생산 방식을 바꾸는 사업(AX, 인공지능 전환)에는 2,027억 원을 씁니다. 산업AX 혁신허브 구축에 56.7억 원,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모아 인공지능으로 활용하는 R3 모델팩토리와 제조AI 데이터 밸류체인 구축에 86.3억 원이 들어갑니다. 물산업 예산도 역대 최대인 63.9억 원으로 잡혔습니다.
대구시는 내년에 돈을 빌리려고 발행하는 채권(지방채)을 1,680억 원 새로 냅니다. 올해 본예산의 2,000억 원보다 320억 원 적은 규모입니다. 그런데 한 해 예산과 비교한 빚의 비율(채무비율)은 20.4%에서 20.7%로 오를 전망입니다.
1,680억 원은 내년에 새로 빌리는 돈의 크기입니다. 갚는 돈보다 새로 빌리는 돈이 많으면 이미 쌓인 빚의 잔액은 늘어납니다. 발행 규모를 줄인 해에도 채무비율이 오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세입 사정도 빠듯합니다. 부동산 거래가 줄며 취득세가 감소한 탓에 지방세 수입은 올해보다 400억 원 느는 데 그칠 전망입니다.
예산안에 다 담지 못한 사업비도 약 8,900억 원에 이릅니다. 대구시는 사업 일정과 재원 사정에 따라 이 돈을 단계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해 도중 예산을 고쳐 늘리는 추가경정예산으로 이 사업비가 들어오면, 내년 실제 지출은 지금 숫자보다 커지게 됩니다.
이번 예산안은 제330회 대구시의회 정례회 심의를 거쳐 12월 14일 의결될 예정입니다. 늘어난 1조 원 가까운 돈의 대부분은 정부 제도와 법이 정한 지출입니다. 심의에서 실제로 따져 볼 여지는 시가 고른 620억 원과, 예산안 밖에 남겨 둔 8,900억 원을 어떤 순서로 들일지에 몰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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